
CJ ENM이 드라마 리메이크와 글로벌 공동제작, K팝 팬덤 플랫폼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완성된 콘텐츠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지식재산권(IP)을 현지 시장에 맞게 재탄생시키거나 해외 제작사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등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CJ ENM은 최근 인기 드라마의 해외 리메이크와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사시키며 글로벌 IP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신의 퀴즈'는 일본에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홍콩에서 각각 현지판으로 제작된다.
2010년 OCN에서 첫 방송된 '신의 퀴즈'는 국내 메디컬 범죄수사극의 대표적인 시즌제 작품이다. 총 다섯 시즌이 제작된 이 작품은 첫 방송 이후 16년 만에 일본판으로 재탄생한다. 일본 배우 마미야 쇼타로가 주연을 맡았으며, 오는 12월4일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글로벌 공개될 예정이다.
2018년 박서준과 박민영 주연으로 인기를 얻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 역시 해외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필리핀과 태국에서 리메이크된 데 이어 홍콩판 제작까지 확정됐다. 현지 인기 그룹 MIRROR의 앤슨 로와 COLLAR의 아이비 소가 출연하며, 내년 1월28일부터 홍콩 ViuTV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이처럼 기존 작품의 해외 리메이크가 이어지는 것은 K드라마 IP의 활용 가치가 단순한 방영권 판매를 넘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차례 제작한 콘텐츠가 국가별 언어와 문화에 맞춰 재탄생하면서 새로운 시청자를 확보하고, IP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CJ ENM의 글로벌 전략은 기존 작품의 현지화를 넘어 제작 단계부터 해외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향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이 일본 제작진과 함께 선보인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공개 후 30일 기준 일본에서 역대 아마존 오리지널 드라마 가운데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일본 닛폰TV와 공동 제작한 '메리 베리 러브'도 공개됐다. 지창욱과 이마다 미오가 주연을 맡은 '메리 베리 러브'는 한국인 공간 기획자와 일본인 딸기 농부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공개 이틀 만에 플릭스패트롤 기준 디즈니+ TV쇼 부문 월드와이드 차트 2위에 올랐다.
이러한 공동제작은 한국 콘텐츠의 기획력과 현지 제작사의 시장 이해도를 결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외 시장에 완성된 작품을 공급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기획·제작 단계부터 협력하면서 현지 시청자의 취향을 반영하고 유통 기회도 확대할 수 있다.
글로벌 제작 네트워크를 통한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CJ ENM 산하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 두 편은 올해 제54회 국제 에미상 후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미국 자회사 피프스시즌 산하 영국 스튜디오 더 스토리 콜렉티브가 공동 제작한 '어 사우전드 블로우즈'는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 CJ ENM 스튜디오스가 공동 제작한 '하이퍼나이프'는 TV 무비·미니시리즈 부문에 각각 후보로 선정됐다.
드라마 IP가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면 K팝 분야에서는 자체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팬덤 확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CJ ENM의 K팝 콘텐츠 플랫폼 엠넷플러스는 이달 누적 회원 5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4000만명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회원 1000만명이 추가된 것이다. 최근 신규 가입자의 약 90%는 10·20대였으며, 특히 전체 이용자의 약 80%는 해외 이용자로 집계됐다.
엠넷플러스는 '엠카운트다운'과 'KCON', 'MAMA AWARDS' 등 회사가 보유한 K팝 IP를 기반으로 라이브 스트리밍과 팬 투표,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뷰티와 푸드 등으로 콘텐츠 영역을 확대하고 외부 콘텐츠 협업도 강화하며 팬들의 일상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이는 콘텐츠를 외부 플랫폼에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팬들과 직접 접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팬덤의 콘텐츠 소비와 참여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뤄지면서 향후 광고와 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CJ ENM의 글로벌 사업은 콘텐츠 수출을 넘어 IP의 현지화와 공동제작, 글로벌 제작 네트워크, 자체 팬덤 플랫폼이라는 여러 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무엇보다 하나의 IP를 여러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하고, 콘텐츠와 플랫폼을 연결하는 사업 모델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한 제작 역량과 팬덤 기반을 바탕으로 CJ ENM이 K콘텐츠의 사업 영역을 어디까지 넓혀갈지 관심이 모인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